키르케고르 일기 및 기록물 정리

P264:6, Pap. III A 6, 헤겔과 건덕

엉클창 2025. 5. 8. 21:36

P264:264:6 Pap. III A 6

헤겔이 ‘덕을 세우는 것’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참으로 기이하다. 그의 철학 어디에서든 그런 증오가 드러난다. 그러나 ‘덕을 세우는 것’은 사람을 잠들게 하는 아편(수면제)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의 마지막 ‘아멘’이며, 인식의 한 측면으로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840년 7월 10일


메모 해설

이 주석은 키르케고르가 “헤겔이 건덕적인 것에 대하여 가지는 증오”에 대해 언급한 바를 문헌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주로 헤겔의 저서 서문들에서 드러나는 ‘건덕적인 것(Erbaulichkeit)’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인용한 것입니다.

 

◄ “헤겔이 건덕적인 것에 대해 가지는 증오심, 그것이 도처에서 드러난다”라는 표현에 대하여:

예컨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정신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의 서문(Vorrede)을 보라(헤겔 전집 Hegel’s Werke 제2권, 표준판(Jubiläumsausgabe) 제2권, 8쪽 이하 / 16쪽 이하). 그 중 9쪽(표준판 17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받아들이는 데 만족하거나, 주는 데 인색한 태도는 학문에 합당하지 않다. 건덕(Erbauung)만을 추구하는 자, 자신의 현실 존재와 사유의 세속적 다양성을 안개 속에 감추고 이 불분명한 신성함에 대한 불분명한 향유만을 갈망하는 자는 어디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알아서 찾아야 한다. 그는 스스로 자기만족적인 몽상에 빠져 자신을 치장하는 수단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은 스스로 ‘건덕적인 것이 되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헤겔의 글 「프로이센 왕립정부 고문이자 교수인 프리드리히 폰 라우머에게 보내는 서신: 대학에서의 철학 강의에 대하여」(1816년),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잡문집(Vermischte Schriften)≫ 제1–2권, 베를린 1834–35, 전집(Hegel’s Werke) 제17권, 349–356쪽 / 표준판 3권, 317–324쪽, 특히 352쪽 / 320쪽과 355쪽 / 323쪽)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철학에게 종종 ‘건덕’을 기대하는 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질 때일지라도, 철학은 결코 ‘건덕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헤겔의 ≪법철학의 기초≫(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oder Naturrecht und Staatswissenschaft im Grundrisse)의 서문(에두아르트 간스 편집, 베를린 1833 [초판 1821], Hegel’s Werke 제8권, 15쪽 / 표준판 제7권, 31쪽), 그리고 §272 (352쪽 / 368쪽)도 참조하라.

여기에서 키르케고르가 왜 헤겔주의적 학문에 대해 비판적인지를 문헌적으로 뒷받침합니다.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건덕적’이라는 것은 단지 정서적인 위안이나 종교적 감상성이 아니라, 실존적 진지함과 개인의 내면적 변화의 자리이며, 그것을 배제한 철학은 실존과 무관한 추상적 오만에 빠진 것으로 본 것입니다.


아래는 헤겔키르케고르가 각각 이해하는 진리, 인식, 건덕(opbyggelse), 실존, 신 앞의 관계 등에 관한 핵심 개념들을 비교한 도식표입니다. 이를 통해 두 사상가의 철학적·신학적 입장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갈라지는지 명확히 보실 수 있습니다:

 


 

🧭  헤겔 vs. 키르케고르: 진리, 실존, 건덕성에 대한 대조적 이해

항목 헤겔 (G.W.F. Hegel) 키르케고르 (S. Kierkegaard)
진리 개념 전체성 안에서의 이성적 통일 (das Wahre ist das Ganze) 주관적 실존 안에서의 진리 (Sandheden er Subjektivitet)
인식의 길 개념적 체계 속의 보편적 이성의 발전 (변증법적 통합) 실존적 결단과 내적 고뇌를 통한 자기-형성
철학의 목표 절대정신의 자기인식 / 체계 완성 단독자로서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자’가 되는 것
건덕(opbyggelse) 철학은 건덕적이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건덕을 경계해야 한다 (정신현상학 서문 등 참조) 모든 철학과 인식은 건덕을 향해야 하며, 실존적 진지함이 곧 건덕
실존 개념 역사적 진보의 일부로 이해됨 (개인의 특수성은 전체 안에서 해소됨) 단독자(hiin Enkelte)로서의 존재. 실존은 끊임없는 결단과 책임의 장
절망/병 체계적으로 이론화되지 않음 ‘죽음에 이르는 병’은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상태. 존재론적 병리학
종교 이해 철학이 종교를 매개하여 통합함 (철학은 더 높은 진리의 형식) 철학은 종교 앞에서 멈춰야 하며, 신앙은 역설(paradoks) 안에 있다
영웅주의 역사와 정신의 진보에 기여하는 인물 (세계사적 인물) 하나님 앞에서 고독하게 자신이 되는 자. 침묵 속의 영웅
무관심/객관성 학문적 이상은 정념 없는 관조(무관심한 보편성) 무관심은 기독교적으로 희롱이며 헛됨 (Spøg og Forfængelighed)

 


 

✍ 요약:

  • 헤겔은 철학이 “건덕적이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종교적 언어를 사변적 체계 속으로 통합하려 합니다.
  • 키르케고르는 철학이 오히려 “건덕적이지 않으면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철학이 실존의 내면과 결단 앞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