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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스피노자의 필연성과 기독교의 섭리 이해

엉클창 2024. 12. 16. 11:12

 

키르케고르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초고에서; Pap. V B 55:17, n.d, 1844

불안.*

*주: 분명히 스피노자의 실체는 다른 무언가를 의미한다. 그의 실체는 우연적인 것(사고적인 것)이 항상 사라지는 내적 필연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실체는 기독교의 섭리를 나타내는 형이상학적 표현일 뿐이다. 그리고 이 섭리는 운명과 그러한 방식으로 대응된다. 즉, 그것은 필연성과 우연성의 통일이며, 섭리 안에서 우연적인 것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섭리에게는 아무것도 우연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키르케고르가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과 기독교의 섭리, 그리고 죄와 죄책의 개념을 연결할 때, 그는 필연성과 우연성의 관계와 인간의 실존적 책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주요 주제를 정리하고 이들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겠습니다.

 

1. 스피노자의 실체: 필연성과 우연성의 통일

스피노자는 실체(substantia)를 “존재의 유일한 본질적 근원”으로 보며, 모든 존재는 이 실체로부터 나옵니다.

필연성: 스피노자의 실체는 모든 존재와 사건의 원인입니다. 따라서 세계 안의 모든 것은 필연적입니다.

우연성의 부정: 스피노자에게 우연적인 것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연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단지 우리가 실체의 본질적 질서(필연성)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피노자의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은 실체(또는 신)의 내재적 작용이며, 실체는 필연성과 우연성을 통일합니다.

 

2. 기독교 섭리와 스피노자의 실체

키르케고르가 스피노자의 실체를 기독교 섭리의 형이상학적 표현으로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섭리의 질서: 기독교에서 섭리는 우주와 역사가 하나님의 의지와 목적에 따라 질서 있게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점에서 스피노자의 실체는 섭리와 유사해 보입니다. 필연성과 우연성을 초월적 차원에서 통합한다는 점에서 신적 질서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차이점: 스피노자의 실체는 초월적인 하나님 없이 세계와 신을 동일시하는 반면, 기독교의 섭리는 인격적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3. 죄책과 죄의 개념: 필연성과 자유의 긴장

키르케고르에게 중요한 점은 죄와 죄책의 개념이 필연성과 우연성의 통일을 어떻게 초월하는지입니다. 여기서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은 이방주의적(운명론적) 사고방식과 유사하며, 기독교와 대조됩니다.

3.1. 스피노자의 세계에서 죄와 죄책
스피노자의 철학에서는 모든 것이 실체의 필연적 작용이므로, 인간의 행위도 실체의 내재적 필연성에 속합니다.
이런 맥락에서는 죄책의 개념이 약화됩니다.
인간의 행동이 실체의 작용이라면, 개인이 자신의 행위를 “책임”질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죄가 단순히 실체의 필연적 결과라면, 그것은 개인적 자유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운명적 문제로 환원됩니다.

3.2. 기독교에서 죄와 죄책
기독교는 죄와 죄책을 철저히 인간 개인의 책임과 자유에 기반하여 이해합니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죄를 짓습니다.
이 관계는 단순히 필연적 질서나 우연적 결과가 아니라, 자유와 책임이 결합된 실존적 긴장을 나타냅니다.
이로 인해 죄는 단순히 자연적 결과(필연성)가 아니라, 초월적이고 관계적인 문제가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이를 통해 구원을 경험합니다.

3.3. 필연성과 자유의 긴장 극복
스피노자의 실체에서 필연성과 우연성의 통일은 인간의 죄와 책임 문제를 희석시킵니다.
인간은 실체의 일부일 뿐이며, 필연적 법칙 안에서 행동할 뿐입니다.
반면, 키르케고르가 보는 기독교적 죄책은 필연성과 우연성을 초월합니다.
필연성: 인간은 창조된 존재로서 하나님의 섭리와 뜻 안에 있습니다.
자유: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죄는 단순히 “운명의 결과”가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의 실존적 결정으로 발생합니다.

 

4. 키르케고르의 결론

키르케고르는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이 필연성과 우연성의 통일을 통해 죄와 죄책의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봅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에서는 개인이 죄를 짓는 것이 실체의 필연적 작용으로 환원됩니다. 이는 죄책과 책임의 개념을 약화시키거나 사라지게 만듭니다.
반대로, 기독교는 인간을 실존적 개인으로 세우며, 죄와 죄책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선택으로 정의합니다.
기독교에서 인간은 운명이나 필연성에 묶이지 않고,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초월적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요약
• 스피노자의 실체는 필연성과 우연성을 통일하지만, 이는 인간의 죄와 책임을 실존적으로 다룰 수 없다.
•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기독교는 인간이 필연성과 우연성을 초월하여 자유롭고 책임 있는 존재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죄책과 구원을 이해하도록 한다.
• 따라서, 죄와 죄책의 개념은 스피노자의 실체 개념과 대비되며, 운명을 초월하는 기독교의 초월적 관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