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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시간 개념과 칸트 및 헤겔의 개념 비교(불안의 개념 3장을 중심으로) 본문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개념 3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이러한 구분을 고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순간을 공간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무한한 연속이 중단되게 된다. 이는 시간을 사유하는 대신 표상할 수 있게 만드는 표상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도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표상으로서도 시간의 무한한 연속은 여전히 무한히 내용 없는 현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원의 패러디다.) [영역본, 85쪽]
키르케고르의 시간 개념은 헤겔과 칸트의 시간 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세 철학자는 각기 다른 철학적 맥락과 목적을 가지고 시간과 관련된 문제를 다룹니다. 이들을 비교하여 키르케고르의 비판과 주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 키르케고르의 시간 개념
키르케고르는 시간을 단순히 객관적 연속으로 보는 견해를 비판한다. 그는 시간의 본질이 영원과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간의 현재(moment)는 영원의 반성을 통해 진정한 의미를 얻는다고 본다.
• 시간의 무한한 연속에 대한 비판: 키르케고르는 시간을 단순히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시간을 단순히 공간적으로 연장하거나 표상하려는 시도이며, 시간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의 중요성: 키르케고르에게 “현재”는 단순히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 있는 점이 아니라, 영원과 시간의 교차 지점이다. 이는 실존적 결단이 이루어지는 순간(Øieblikket)이며, 시간을 단순히 물리적 연속으로 보는 관점을 초월한다.
• 영원과 시간의 관계: 시간은 영원이 반성됨으로써만 참된 의미를 가진다. 영원과의 관계가 없으면 시간은 단순히 내용 없는 현재로 남는다.
2. 헤겔의 시간 개념
헤겔은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설명하며, 시간을 정신의 발전 과정에서 다룬다.
• 시간과 변증법: 헤겔에게 시간은 부정성의 연속이며, 무에서 유로, 그리고 다시 무로의 이행을 통해 현실이 형성된다. 시간은 “운동”과 “과정”으로 이해되며, 진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난다.
• 시간과 영원: 헤겔은 시간을 영원의 반성(reflexion)으로 보지 않는다. 시간은 변증법적 과정에서 현실성을 형성하는 매개체이며, 영원은 이러한 과정의 총체성으로 이해된다.
• 현재의 역할: 현재는 단순한 “지금”(Jetzt)이 아니라, 변증법적 과정에서 시간과 영원의 통합을 통해 형성되는 결과이다. 즉,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해소된 통일체로 나타난다.
• 표상과 개념의 구분: 헤겔은 시간의 단순한 표상(Vorstellung)을 비판하며, 시간의 참된 본질은 개념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상은 시간의 부정성과 연속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3. 칸트의 시간 개념
칸트는 시간을 감각적 직관의 순수 형식으로 이해하며, 이를 모든 경험의 전제 조건으로 설명한다.
• 시간의 선험적 성격: 칸트는 시간을 물리적 대상이나 현실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인간 의식에 내재된 선험적 조건으로 간주한다. 시간은 모든 경험적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며, 감각적 직관의 필수 요소이다.
• 시간과 공간: 시간과 공간은 칸트의 인식론에서 감각적 직관의 두 가지 기본 형식이다. 시간은 “나열된 순서(nacheinander)“로, 공간은 “옆으로 배열된 순서(nebeneinander)“로 나타난다. 둘은 서로 다르지만, 인식의 선험적 구조를 형성하는 공통 기반이다.
• 현재의 성격: 칸트는 현재를 감각적 직관에서 경험되는 한순간으로 이해하며, 이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현재는 시간의 구성 요소로서 공간적 확장과 구분된다.
4. 키르케고르, 헤겔, 칸트의 비교
구분 | 키르케고르 | 헤겔 | 칸트 |
시간의 본질 | 영원과의 관계 속에서만 시간의 본질이 이해됨 | 부정성의 연속으로, 변증법적 과정에서 현실 형성 | 감각적 직관의 순수 형식, 경험의 선험적 조건 |
현재의 성격 | 영원과 시간의 교차점인 실존적 순간(Øieblikket) | 변증법적 통합의 결과로 나타나는 모순 해소의 순간 |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경험되는 한순간 |
영원과의 관계 | 영원이 시간 속에서 반영될 때만 시간은 의미를 가짐 | 시간은 영원의 반영이 아니라 과정의 총체성을 통해 드러남 | 영원은 시간의 범주 밖에 있는 초월적 개념 |
시간과 공간의 관계 | 공간적 연장은 시간의 본질 왜곡 | 시간은 공간의 변증법적 발전과 분리된 독립적 과정 | 시간과 공간은 감각적 직관의 두 가지 기본 형식 |
비판 대상 | 시간을 공간적으로 확장하거나 단순히 표상하는 접근 | 시간을 표상적으로만 이해하는 관점, 변증법의 형식주의적 해석 | 시간을 물리적 개념으로 보는 그리스 철학 |
5. 결론
키르케고르의 시간 개념은 헤겔과 칸트 모두와 차별화된다. 그는 시간을 단순히 연속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으로 보는 헤겔과, 감각적 직관의 형식으로 보는 칸트를 비판하며, 시간을 실존적이고 영원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헤겔과의 차이: 키르케고르는 현재를 단순한 변증법적 과정의 산물로 보지 않으며, 시간을 영원과의 교차점에서 실존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본다.
• 칸트와의 차이: 키르케고르는 시간을 단순히 감각적 직관의 선험적 형식으로 이해하는 칸트의 입장을 초월하여,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통해 인간 실존의 본질을 탐구한다.
결국, 키르케고르는 시간의 본질을 실존적 사건과 영원의 초월적 의미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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