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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하나님의 편재와 시간성의 문제

엉클창 2024. 11. 28. 16:13

 

키르케고르의 하나님의 편재(allestedsnærværende) 개념은 불안의 개념에서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그의 독특한 실존적 접근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그의 사상은 칸트적 공간과 시간의 선험적 구조를 넘어, 하나님의 편재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 키르케고르의 하나님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 안에 제한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이 둘을 초월하여 인간 실존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1. 하나님의 편재와 시간/공간

칸트의 관점: 칸트는 시간과 공간을 인간 경험의 선험적 조건으로 보았다. 이는 감각적 직관을 가능하게 하는 틀로, 시간은 사건이 순차적으로(nacheinander) 배열되는 방식이고, 공간은 사건이 병렬적으로(nebeneinander) 배열되는 방식을 제공한다. 칸트의 관점에서 시간과 공간은 인간 경험에 내재한 필수 조건이며, 하나님과 같은 초월적 존재와의 직접적 연결은 그의 철학적 체계 안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키르케고르의 비판: 키르케고르는 시간을 무한한 연속성으로 보거나 공간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비판한다. 시간은 단순히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영원(eternity)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공간과 시간은 인간 경험에서 구분되지만, 하나님은 이 구분을 초월하여 인간 실존에 임재한다. 이는 “현재(Øieblikket)“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임재와 밀접히 연결된다.

 

2. 하나님의 편재와 ‘현재(Øieblikket)’

현재와 영원의 만남: 키르케고르에게 “현재”는 단순히 시간적 순간이 아니라, 영원이 시간 안에 침투하는 교차점이다. 이는 인간이 실존적 결단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자 순간이다. 이러한 현재에서 하나님의 편재는 인간 실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간적 확장과 시간적 연속성의 초월: 키르케고르는 공간적 확장이 시간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주장하며, 하나님의 편재는 공간적 또는 시간적 범주에 갇히지 않고 이를 초월한다고 본다. 따라서 하나님의 편재는 단순히 “어디에나 계심”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모든 순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 능동적 존재로 이해된다.

 

3. 불안의 개념과 하나님의 편재

키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에서 하나님의 편재는 실존적 불안과 긴밀히 연결된다. 불안은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과 유한한 현실 사이에서 경험하는 실존적 상태로, 하나님의 임재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불안의 존재론적 의미: 불안은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과 영원 사이의 간극을 인식할 때 경험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하나님의 편재는 인간이 유한성을 초월하여 영원과 관계를 맺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편재와 구원의 가능성: 불안의 순간은 하나님의 편재가 실존적으로 가장 강하게 체험되는 순간이다. 이는 단순히 신학적 진술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중심에서 경험되는 하나님과의 관계로 설명된다.

 

4. 기독교적 편재 개념의 특징

성경적 근거: 키르케고르는 시편 139편, 예레미야 23장, 사도행전 17장과 같은 성경 구절에서 하나님이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편재를 단순히 모든 공간에 계신다는 물리적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실존적 적용: 하나님의 편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 실존의 모든 국면에 개입하시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실존적 결단과 “현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5. 키르케고르의 신학적 함의

키르케고르에게 하나님의 편재는 단순한 신학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중심에서 체험되는 현실이다. 이는 하나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삶과 구체적으로 관계를 맺으시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불안과 같은 실존적 경험 속에서 하나님의 편재는 인간이 유한성과 무한성의 긴장을 극복하고, 영원과의 관계를 맺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키르케고르는 칸트와 같은 선험적 시간/공간 개념이나 전통적 기독교 신학의 편재 개념을 넘어, 하나님의 편재를 실존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이는 기독교 신학에 실존적 깊이를 더하며, 인간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보다 개인적이고 체험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통 신학에서의 편재의 개념 정리

전통적인 조직신학에서 하나님의 편재(Omnipresence)는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로, 하나님이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모든 곳에 동시에 계신다는 개념을 나타냅니다. 이는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그분의 본질이 우주와 모든 피조물 안에 충만하게 존재하심을 의미합니다.

 

1. 성경적 근거

하나님의 편재는 성경의 다양한 구절에서 강조됩니다.

구약 성경:

시편 139:7-10: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이 구절은 하나님의 임재가 어디에나 있으며, 피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예레미야 23:23-24: “나는 가까운 데 있는 하나님이요, 먼 데 있는 하나님은 아니냐? … 내가 천지에 충만하지 아니하냐?”

하나님은 공간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전능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신약 성경:

사도행전 17:24-28: “하나님은 하늘과 땅의 주재이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 우리는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

하나님의 편재는 그분이 모든 피조물과 가까이 계심을 나타냅니다.

마태복음 28:20: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가 보증됩니다.

 

2. 전통적 교리적 설명

조직신학에서 하나님의 편재는 하나님의 내재성(immanence)과 초월성(transcendence)을 포함하여 설명됩니다.

내재성: 하나님은 피조 세계 안에 존재하시며, 모든 피조물과 관계를 맺으십니다.

예: 자연, 역사, 인간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함.

초월성: 하나님은 피조물에 의해 제한되지 않으며, 우주와 피조 세계를 초월하시는 분입니다.

예: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심.

 

3.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편재의 특징

공간적 제약이 없음: 하나님은 어떤 특정한 장소에 국한되지 않으십니다.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판이다”(이사야 66:1).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심: 하나님은 어느 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충만하게 계십니다.

하나님의 편재는 단순히 공간적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 자체가 어디에나 계심을 의미합니다.

피조물과의 관계: 하나님의 편재는 모든 피조물과의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시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스리시고 보존하신다는 섭리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4. 신학적 논의

아우구스티누스:

하나님의 편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의 고백록에서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시며, 나보다 크신 분”으로 묘사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아퀴나스는 하나님이 세 가지 방식으로 모든 것에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1. 본질적으로(essentialiter): 하나님의 본질이 모든 존재 안에 계심.

2. 현존적으로(praesentialiter): 하나님이 모든 존재를 감찰하심.

3. 능력으로(virtualiter):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스리심.

종교개혁 이후 신학:

루터와 칼뱅은 하나님의 편재를 강조하며, 특히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가 모든 신자에게 실재적으로 경험된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편재는 단순한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통해 나타난다고 이해되었습니다.

 

5. 철학적 도전과 신학적 응답

철학적 도전: 근대 이후, 특히 데카르트, 칸트와 같은 철학자들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인간 인식의 틀로 이해하며, 하나님의 편재를 경험적 현실로부터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신학적 응답: 조직신학은 하나님의 편재를 단순히 철학적 논의로 제한하지 않고, 성경의 계시와 신앙적 체험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하나님의 편재는 성령의 역사와 연결되어, 신자들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체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6. 키르케고르와의 연결

키르케고르는 전통적 교리를 넘어 하나님의 편재를 실존적 경험과 연결하여 설명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편재를 인간의 내면과 삶의 순간에서 경험되는 것으로 이해하며, “현재(Øieblikket)“에서 영원과 시간의 교차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전통적 조직신학에서의 편재 개념을 실존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통 조직신학은 하나님의 편재를 그분의 본질적 속성으로 설명하며, 이는 성경의 계시에 근거합니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와 같은 실존주의 신학자는 이러한 교리를 인간의 삶과 경험 속에서 재해석하며, 신앙의 실질적이고 체험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