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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그리스 철학의 시간 개념에 대한 비판(불안의 개념 3장을 중심으로) 본문

철학/사상

키르케고르의 그리스 철학의 시간 개념에 대한 비판(불안의 개념 3장을 중심으로)

엉클창 2024. 11. 28. 07:26

 

키르케고르의 이 관점은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심도 깊게 다루는 것으로, 시간에 대한 그의 독특한 철학적 이해를 드러낸다.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키르케고르의 시간에 대한 비판

키르케고르는 시간의 본질을 단순히 무한한 연속(순차적 진행)으로 이해하려는 견해를 비판한다. 이는 특히 고대 철학자들의 시간 개념과 관련이 있다.

시간을 무한한 연속으로 보는 관점:

과거, 현재, 미래는 시간의 내재적 특성으로 간주된다.
이는 시간 자체에 어떤 고정된 점(예: 현재)을 두고, 이를 중심으로 나머지를 구분하려는 시도이다.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연속성으로 규정하는 것은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는 《파르메니데스》 151e-152b 및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4권 11장(219a 11-27)에 대해 주석을 달면서, W.G. 테네만은 철학의 역사(Geschichte der Philosophie, 320,33, 3권, 1801년, 139-140쪽)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연속성은 명확히 정의되며, 우리는 하나가 다른 것 뒤에 오는 것으로 상상해야 한다. 이로 인해 앞선 것과 뒤따르는 것이 한정된다. 각 한정은 한 순간이고, 또 다른 순간이, 그리고 또 다른 순간이 덧붙여진다. 이렇게 우리는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이 관점의 문제점:
키르케고르는 시간 자체에서는 고정된 “현재”라는 점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순간(moment)은 지나감(process)이며, 고정된 현재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순간을 포착한 것이지만 어쨌든 그 순간은 이미 과거이다.)
 따라서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한 순간을 붙잡아 그것을 고정된 현재로 정의할 수 없다.

 

2. 시간과 영원의 관계

키르케고르는 시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이 시간 자체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영원과 관계를 맺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영원의 반성(reflection):
영원이 시간 속에 반성될 때, 즉 시간과 영원이 서로 관계를 맺을 때에만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이 의미를 갖는다.
시간 속의 “현재”는 시간의 고유한 속성이 아니라, 영원이 시간 속으로 들어오는 결정적 순간(Øieblikket)에 의해서만 형성된다.

헤겔에 대한 비판:
헤겔은 시간과 영원을 “반성-규정(reflexion-bestemmelse)“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 즉, 시간과 영원은 헤겔에게서 동일성의 매개 속에 존재한다.
• 키르케고르는 이를 비판하며, 시간은 영원이 개입할 때에만 의미 있는 구분(현재, 과거, 미래)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3. 키르케고르의 논의와 고대 철학과의 비교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 속의 “순간(현재)“을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경계로 보았다. 순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 속에서 구분점으로 기능한다.
W.G. 텐네만은 이를 “지금(순간)은 시간이 아니라 단지 경계일 뿐이다”고 요약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4권, 10장(217b 36 - 218a 3)을 요약하면서, W.G. 텐네만은 그의 철학사(Geschichte der Philosophie) 3권(1801), 138쪽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순간(지금)은 시간이 아니라, 단지 과거와 미래를 서로 구분하는 경계일 뿐이다.” 또한 플라톤의 대화편 파르메니데스 152b와도 비교할 수 있다.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와의 비교:
플라톤의 대화편 파르메니데스에서 “순간(현재)“은 영원과 시간 사이에 놓인 경계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순간은 본질적으로 고정된 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과정 속에 있다.

키르케고르의 차별성:
키르케고르는 고대 철학자들이 시간의 “순간”을 파악하려 했지만, 결국 그것을 단순히 시간의 경계로만 이해했다고 본다.
그는 영원의 개입 없이는 시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영원과의 관계 속에서만 시간이 의미를 얻는다고 본다.

 

4. 시간 속에서 현재, 과거, 미래의 부재

키르케고르는 시간 자체에서는 현재, 과거, 미래라는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불안의 개념 3장을 참고할 것)

현재의 부재:
모든 순간은 단지 지나가는 과정(process)이며, 고정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를 붙잡으려는 시도는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려는 환상에 불과하다.

과거와 미래의 부재:
시간 속의 과거와 미래는 단순히 현재의 연장으로 이해될 수 없다. 그들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정될 수 없는 비정형적 상태이다.

 

5. 결론: 영원과 순간(Øieblikket)의 중요성

키르케고르의 시간 개념에서 순간(Øieblikket)은 결정적이다.

순간은 시간 속에서 영원이 개입하는 지점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정점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경계로서의 순간이 아니라, 영원한 의미를 부여받는 존재와 변화의 중심이다.

따라서 키르케고르는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통해, 시간 자체의 본질과 그 한계를 탐구하며, 이는 헤겔과 고대 철학자들에 대한 중요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시간은 영원과 관계할 때에만 참된 의미를 가지며, 이러한 관점은 그의 실존 철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