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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이것이냐 저것이냐 1부 황홀한 연설에서

“만약 내가 어떤 근본 원칙(Grundsætning)에서 출발했다면, 나는 결코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을 후회할 것이고, 멈춘다고 해도 역시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출발하지 않기에 언제든 멈출 수 있다. 나의 영원한 출발(Evige Udgang)은 곧 나의 영원한 멈춤(Evige Ophør)이다.

경험에 따르면, 철학이 시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은 ’무(Intet)’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과 철학자들에게 어려운 것은 오히려 멈추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 내가 지금 멈춘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사변적 개념이 부족한 것이다. 나는 지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할 때 멈춘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철학은 특별한 특징을 지니는데, 그것은 짧고 또한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만약 누군가 나에게 반박한다면, 나는 그를 정신이상자로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항상 ’영원한 방식(æterno modo)’으로 존재하며, 단지 몇 시간만을 영원을 위해 살아갔던 고(故) Sintenis처럼 사는 것이 아니다.”

Dersom jeg nemlig gik ud fra min Grundsætning, saa vilde jeg ikke kunne holde op igjen; thi holdt jeg ikke op, saa vilde jeg fortryde det; holdt jeg op, saa vilde jeg ogsaa fortryde det o. s. v. Nu derimod da jeg aldrig gaaer ud, saa kan jeg altid høre op; thi min evige Udgang er mit evige Ophør. Erfaring har viist, at det ingenlunde er Philosophien saa vanskeligt at begynde. Langtfra; den begynder jo med Intet, og kan altsaa altid begynde. Det, der derimod falder Philosophien og Philosopherne vanskeligt, er at høre op. Ogsaa denne Vanskelighed har jeg undgaaet; thi dersom Nogen skulde troe, at jeg idet jeg nu holder op, virkelig holder op, saa viser han, at han ikke har spekulativt Begreb. Jeg holder nemlig ikke nu op; men jeg holdt op, den Gang jeg begyndte. Min Philosophi har derfor den fortrinlige Egenskab, at den er kort, og at den er uimodsigelig; thi dersom Nogen siger mig imod, saa turde jeg vel have Ret i at erklære ham for gal. Philosophen er da bestandig æterno modo og har ikke som salig Sintenis blot enkelte Timer, der ere levede for Evigheden.


📌 해석 및 분석

 

1. 철학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멈추는 것은 어렵다.

 “철학이 시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은 ‘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철학은 ’무(Nichts)’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을 가지므로, 논리적으로 언제든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키르케고르는 이 점을 비꼬면서, “철학자들에게는 오히려 멈추는 것이 더 어렵다”고 주장한다. 즉, 철학자들은 논리를 전개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으며, 결국 철학이 끝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모순을 가진다.

 “나는 처음부터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멈출 수 있다.”

 철학이 ‘무’에서 시작한다면, 논리적으로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철학적 사고는 끝없이 확장될 위험이 있으며, 그것이 끝나는 지점을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은 철학적 논리를 전개하는 대신, 처음부터 멈춘 상태로 있었음을 선언한다. 

즉, 키르케고르는 철학적 사유가 끝없이 지속되는 구조적 한계를 조롱하면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실존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 “나는 지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할 때 멈춘 것이다.”

✔ 키르케고르는 철학적 논리 전개를 부정하면서, 실존적 결단이 철학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은 논리적 과정이지만, 실존은 논리적 전개가 아니라 결단 속에서 완성된다. 따라서 “나는 지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멈춘 것이다.” 철학적 논리는 끝없이 진행되지만, 실존적 결단은 논리적 과정이 아니라 한 순간의 결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그는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지 않고, 철학적 논리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한다.

 즉, 키르케고르는 철학적 논증의 무한한 확장을 조롱하면서, 철학이 아니라 실존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 “나의 철학은 짧고 반박할 수 없다.”

✔ 키르케고르는 자신의 철학이 반박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왜냐하면 그의 철학은 논리적 체계가 아니라 실존적 결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반박하려 한다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논리적 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다. 나는 결단했을 뿐이다.”  “나의 철학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사람은, 이미 논리적 사유 속에 갇혀 있다.”

 즉, 그의 철학은 논리적 반박이 아니라 실존적 태도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다.

 


4. “철학자는 ’영원의 방식(æterno modo)’으로 존재해야 한다.”

✔ 키르케고르는 철학자가 단순히 몇 시간 동안 영원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영원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æterno modo’라는 라틴어 표현은 스피노자의 영향을 반영하며, 철학자는 순간적 깨달음이 아니라, 실존 속에서 영원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철학자는 순간적으로 영원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영원의 방식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결론: 키르케고르의 철학적 아이러니와 실존적 결단

📌 철학적 논리는 ‘무’에서 시작하지만, 끝없이 전개되어 멈출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 키르케고르는 철학적 논리를 부정하면서, 처음부터 실존적 결단 속에서 멈춘다.
📌 그의 철학은 논리적 논증이 아니라 실존적 결단이기 때문에 반박될 수 없다.
📌 철학자는 단순히 영원을 위해 몇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영원의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

 즉, 키르케고르는 철학적 논리를 조롱하면서, 실존적 결단 속에서 신앙과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철학적 사고의 한계를 비판하고, 논리적 체계보다 실존적 태도가 중요함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