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가 설명하는 광적인 후회(vanvittige Anger)와 불안(Angest)의 관계는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Endō Shūsaku)의 『침묵(沈黙)』 속 배신자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 특히, 후회와 불안이 죄의 반복을 불러일으키는 방식과 자유를 상실하는 실존적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1. 키르케고르의 회개와 배신자의 불안
키르케고르가 설명하는 회개의 메커니즘을 『침묵』 속 **기치지로(キチジロー, Kichijiro)**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키르케고르: 죄와 회개의 반복
• 한 개인이 죄를 짓고 회개한다. 그러나 회개는 그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며, 오히려 불안이 회개의 힘을 빨아들이면서 다시 죄를 짓게 만든다. 결국, 그는 자신의 죄를 반복하며, 불안은 그가 다시 무너질 순간을 예감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는 다시 죄를 선택하며, 회개의 과정이 반복된다.
(2) 『침묵』의 기치지로: 배신과 회개의 반복
• 기치지로는 일본 기독교 박해 시대에 반복적으로 신앙을 배신하며, 그 회개 속에서 신부(로드리고)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그는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는 듯 보이지만, 다시 배신을 반복한다. 기치지로는 자신을 변명하면서도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배신을 선택할 불가피성을 내면적으로 느낀다. 결국, 그는 자유를 원하지만,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끝없는 회개 속에 갇혀 있다.
👉 키르케고르의 논의와 기치지로의 모습이 완벽하게 겹치는 이유는, 회개가 자유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죄의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2. 불안이 회개의 힘을 빨아들이는 과정
키르케고르는 **“불안이 회개의 힘을 흡수하면서도, 그를 다시 죄로 몰아넣는다”**고 말한다. 기치지로 역시 배신 후에 회개하지만, 그는 여전히 죄의 가능성 앞에서 불안에 떨며, 결국에는 다시 배신을 선택할 운명을 예감한다.
📌 불안이 회개의 힘을 흡수하는 과정
• 회개는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강렬한 정서적·실존적 경험이다. 하지만 불안은 이 회개를 흡수하여, 다음 번 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만든다. 기치지로는 배신 후 깊이 회개하지만, 그는 자신이 다시 배신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을 이미 내면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찾아오면, 그는 다시금 배신을 선택한다. 이것이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죄의 중독성”과 “회개의 무력함”**이다.
(a), (b), (c) 상태 복습(불안의 개념 4장 참고)
상태 | 불안과 죄의 관계 | 불안의 작용 | 실존적 자유 |
(a) 상태 | 죄의 현실성에 대한 불안 | 죄의 반복을 막기 위해 불안을 경험함 | 자유 가능성이 열려 있음 |
(b) 상태 | 죄의 추가 가능성에 대한 불안 | 불안이 점점 줄어들며, 죄가 내면화됨 | 죄의 중독 속에서 자유를 상실 |
(c) 상태 | 죄의 지속 속에서 불안과 후회가 교묘한 형태로 작용 | 불안이 죄를 정당화하거나, 변형된 형태로 유지됨 | 죄의 회복 불가능성(실존적 파멸) |
1. 기치지로의 후회는 죄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c 상태와의 연결)
• 기치지로는 죄를 후회하지만, 그 후회는 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반복하도록 만든다.
• 그는 죄를 피하지 못할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죄를 반복할 것임을 미리 내면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 즉, 그의 후회는 진정한 회개가 아니라, 죄와 불안이 독특한 방식으로 얽혀 있는 상태이다.
📌 (c) 상태에서의 불안과 후회
• 불안이 죄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속시키는 형태로 작용한다.
• 기치지로는 죄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 죄가 자신의 본질이며 운명이라는 듯이 받아들인다.
• 그는 신부(로드리고)에게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이루지 못하며, 배신과 후회를 끝없이 반복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치지로는 (c) 상태의 특징을 완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2. (c) 상태의 특징: 불안과 후회의 ‘교묘한 궤변’
키르케고르는 (c) 상태에서 불안이 죄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어.
📌 기치지로의 경우:
• 그는 후회를 하지만, 그 후회가 변증법적 방식으로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된다.
• 그는 “나는 약한 인간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다시 배신할 수밖에 없음을 변명한다.
• 따라서, 기치지로의 후회는 진정한 죄의 반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죄를 지속시키는 자기기만적인 장치이다.
👉 즉, 기치지로의 후회는 후회 자체의 역할을 상실하고, 죄를 계속 반복하는 구조가 된다. 이것이 (c) 상태에서 후회가 작동하는 방식이야.
3. 기치지로는 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가?
(c) 상태는 죄가 불안과 결합하여 자기 정당화로 이어지는 단계이므로, 여기까지 오면 실존적 회복이 매우 어렵다.
• (a) 상태에서는 불안이 여전히 죄를 막으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b) 상태에서는 불안이 줄어들며, 죄가 점점 본질이 되어간다.
• (c) 상태에서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지만, 그 불안이 죄를 지속시키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기치지로는 단순히 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속하는 자신을 불가피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그는 이미 죄의 구조 속에서 완전히 내면화된 상태이며, 죄를 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점에서 기치지로는 키르케고르의 (c)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기치지로는 (c) 상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기치지로는 불안을 느끼지만, 그 불안이 죄를 끊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 그는 후회하지만, 그 후회가 죄의 반복을 더욱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 그는 “나는 약하다”라는 변명을 통해, 자신이 죄를 계속 반복할 운명이라는 듯이 받아들인다.
✔ 이러한 상태는 키르케고르의 (c) 상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 기치지로는 단순한 죄인이 아니라, 죄와 후회가 얽혀서 자신을 속이는 상태(c 상태)에 놓여 있다. 즉, 그는 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인물이며, 그의 후회조차도 죄를 지속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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