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想起, Anamnesis)’ 개념은 플라톤 철학에서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상이며, 키르케고르가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기억’의 철학적 구조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 플라톤의 상기(Anamnesis):
시간적 삶은 망각이며, 진리는 ‘기억’을 통해 회복된다 플라톤의 『메논』과 『파이드로스』 등에서 정리되는 상기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의 영혼은 생전(태어나기 전)에 이데아의 세계를 보았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그 진리를 망각하고 시간 속으로 떨어진다. 앎(εἰδέναι)이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본 것을 기억해내는 것(anamnesis)이다.
요약하자면: 시간적 인식은 근본적으로 망각이며, 진정한 앎은 시간 이전의 영원한 진리로의 회귀이다.
🔍 키르케고르의 비판은 어디에 있는가?
키르케고르는 이러한 기억 중심의 인식론, 즉 영원한 진리는 이미 존재하고, 인간은 다만 그것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실존론적 반격을 가합니다:
1. 기억이 아니라, 결단이다
플라톤:
진리는 상기됨(기억됨)으로써 이루어진다.
키르케고르: 진리는 실존 속에서 선택되고, 결단되고, 태어난다.
▶ “진리는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길’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2. 영원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래하는 것’이다
플라톤:
시간은 이데아의 그림자이며, 진리는 회복(recollection)되는 것.
키르케고르: 영원은 기억이 아니라, 순간(Øieblikket) 속으로 침입하는 하나님 자신이다.
→ 기억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는 현재의 ‘지금’이 중요하다.
3. 상기의 논리는 ‘영원한 자아’를 가정하지만, 실존은 항상 ‘형성되어가는 자아’이다.
플라톤:
“네가 참된 것을 떠올리기만 하면, 이미 그 안에 도달한다.”
키르케고르: “자아는 주어지는 것(givet)이 아니라, 형성되어야 할 과제(Opgave)이다.”
📌 키르케고르의 핵심 입장 정리
주제 | 플라톤(상기 이론) | 키르케고르(실존의 진리) |
진리 | 기억을 통해 회복됨 | 선택과 결단 속에서 생성됨 |
시간 | 망각, 그림자 | 진리의 자리, 실존의 시험대 |
영원 | 본래 있었던 것 | 현재에 도래하는 것 (Det Pludselige) |
인간 | 잊은 것을 기억하는 자 | 스스로를 형성해가는 존재 |
💬 키르케고르의 목소리로 요약하자면:
“플라톤에게 인간은 기억하는 자이지만, 나에게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형성해 가는 실존적 단독자이다.”
“영원은 기억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야 할 사건이며, 그 선택이 반복 속에서 진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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