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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인물

헤겔의 진리, 자유의 이념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키르케고르 비판

by 엉클창 2025. 6. 5.

 

키르케고르가 헤겔의 역사철학, 특히 위의 인용처럼 “정신(Geist)이 역사 속에서 자기 자신을 실현해 나가며, 이 전체가 곧 하나님의 일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제기한 핵심 비판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결론 없는 비학문적 후서≫(Afsluttende uvidenskabelig Efterskrift)와 ≪철학적 단편≫(Philosophiske Smuler),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병≫ 등을 통해 이 비판을 일관되게 제시합니다.

 


 

🧭 1.  역사의 정당화(theodicy)에 대한 실존적 항의

 

“역사는 하나님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 한 사람의 고통조차 정당화할 수 없다.”

 

  • 헤겔은 “세계사의 전개가 곧 신의 자기실현이며, 이것이 신정론(theodicæa)”이라고 보았다.
  •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역사 전체가 신의 의도이므로 결과는 정당하다”는 식의 변증법은, 한 개인의 고통과 비극을 객관적 진리로 덮어버리는 폭력이라고 본다.
  • 그는 욥기에서처럼, 고통받는 한 개인이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서야 한다는 진리를 강조한다.

 


 

🔍 2. 주체적 진리 vs. 객관적 시스템

 

“진리는 객관성이 아니라 주관성이다.”
“진리란, 객관적인 확실성의 결과가 아니라, 주체가 ‘무한한 열정’으로 진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 헤겔은 진리를 객관적 체계(system) 속에 통합하려 했다. 역사, 국가, 종교 모두가 이 이성적 체계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이것이 실존의 진리를 제거한다고 비판한다.
  • 그리스도와 동시대인이 되는 것, 그리고 믿음으로 결단하는 것객관화될 수 없는 주체적 실존의 문제다.
  • 즉, 믿음은 ‘시스템’이 아니라 ‘관계’이며, 무한한 내면적 고통과 투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실존의 사건이다.

 


 

⏳ 3. 시간과 영원의 단절에 대한 이해 차이

 

“역사는 발전이 아니라 후퇴다.”

 

 

  • 헤겔은 역사를 시간 속에서 영원의 점진적 실현 과정이라 본다.
  • 키르케고르는 시간과 영원은 변증법적으로 충돌하는 두 차원이라고 보며,
  • 영원은 순간(Øieblikket) 속에 침투하며, 이때 인간은 하나님과 실존적 동시성(contemporaneity)을 이룬다.
  • 그래서 그는 역사와 구원의 시제를 동행하지 않는다.
  • 영원은 체계의 단계적 전개를 통해 실현되지 않으며, 오히려 순간의 결단으로 주어진다.

 


 

🧱 4. 보편자(Universal)와 단독자(Enkelte)의 충돌

 

“보편자는 단독자의 실존을 지배할 수 없다.”

 

 

  • 헤겔은 국가와 사회의 이성적 보편성이 진리의 실현이라고 보았다.
  • 그러나 키르케고르는 ≪두려움과 떨림≫에서 아브라함의 예를 들어, 보편자에 반하는 단독자의 신 앞에서의 절대적 책임을 강조한다.
  • 믿음은 **윤리적 보편자(Ethikens Almene)**를 초월한 신의 명령에 대한 복종이다.
  • 윤리적 규범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초월적 실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는 윤리와 역사철학의 체계를 넘어선다.

 


 

🪞핵심 정리표

구분 헤겔 키르케고르
진리 보편적, 체계적 진리 주체적, 실존적 진리
역사 이성의 자기실현 회귀와 퇴보, 실존의 무대
인간 이성적 주체, 국가 시민 하나님 앞의 단독자
구원 점진적 발전과 인식 순간의 결단과 비약
신정론 전체 역사로 신을 정당화 고통받는 자의 항의로 신을 만남
믿음 체계적 종교 인식 역설의 실존적 결단

 


 

🔚 결론

 

키르케고르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체계는 없다. 실존은 하나의 체계가 될 수 없다.”

 

그에게 있어 신, 진리, 구원은 결코 보편적 이성의 이름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오직 고독한 단독자가 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드는 역설적인 행위를 통해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