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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시대와 우리의 이성의 시대 사이에는 진정한 대조가 드러난다. 전자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기 위해 주로 하늘에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예: 애스크 이그드라실, 거인들?)에 대한 사유에 머물렀다면, 우리의 시대는 모든 것을 눈앞에 펼쳐놓는 데 집중한다. 하나하나를 나란히 배열하는 것이다. 전자는 마치 인류 전체를 한 개인 안에 융합시키려 했다면, 우리 시대는 모든 민족들이 나란히 서 있는 상태, 곧 소위 ‘코스모폴리탄 체계’를 지향한다. 혹자는 앞선 시대도 일종의 세계시민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이것이다. 낭만주의 시대는 위대하고 고귀한 것을 개별 인물 속에서 사유하는 데 집중했다면, 우리 시대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 곧 다중성과 이질성의 조화를 사유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하여 전자는 각 민족의 고유함과 그 민족을 대표하는 인물의 형상을 강조했다면, 우리는 다양한 개인들이 하나의 국가 안에서, 그들이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들 안에서 서로 교차하는, 곧 다양성 그 자체를 사유한다.
1836년 3월
해설
- Ask Ygdrasill: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世界樹)로, Yggdrasill 또는 Ydrasil이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어 J.B. 뫼이니셴(J.B. Møinichen)의 ≪북방 민족들의 미신, 신들, 우화 및 영웅들: 프로데 7세 시대까지(Nordiske Folks Overtroe, Guder, Fabler og Helte indtil Frode 7 Tider)≫(코펜하겐, 1800, 문헌번호 ktl. 1947)의 478쪽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Ydrasil은 회양목(또는 물푸레나무)이며, 신들이 날마다 재판을 열기 위해 모이는 장소 아래에 있다. 이 나무는 모든 나무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거대하며, 그 가지들은 하늘과 땅 전체에 뻗어 있다. 또한 이 나무에는 세 개의 뿌리가 있는데, 이 세 뿌리는 서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첫 번째 뿌리는 신들의 영역에 있으며, 두 번째는 심연과 서리거인들이 거주하는 곳 아래에 있고, 세 번째는 니플하임(Niflheim)을 덮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후에르겔미르(Huergelmer)'라는 샘이 있다. 이 샘에는 괴물 '니드회그(Nydhoggur)'가 거주한다.”
- Giganter: 이는 아마도 그리스 신화 속 거인족(Gigantes)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가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os)가 거세당할 때 흘린 피로부터 낳은 거대한 존재들이다. 예를 들어 파울 프리드리히 A. 니치(Paul Fr. A. Nitsch)의 ≪신화학 신사전(neues mythologisches Wörterbuch)≫ 제2판, 프리드리히 G. 클로프퍼(Fr. G. Klopfer) 편집, 1~2권, 라이프치히 및 조라우, 1821 [초판 1793], 문헌번호 ktl. 1944-1945를 참고하라. 제1권, 751쪽에 관련 설명이 있다.
- 요약하자면, Giganter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Uranos)과 땅(Gaia)의 폭력적 분리에서 탄생한 존재들로, 키르케고르가 말한 하늘과 땅을 잇는 상징적 구조(예: Yggdrasill)에 반하여, 오히려 이 둘의 분열과 충돌의 신화적 이미지를 반영하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키르케고르는 낭만주의 시대와 이성(이성주의)의 시대를 모두 비판합니다. 그는 이 두 시대가 진리를 다루는 방식이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실존적인 진리’를 놓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 1. 낭만주의 시대:
- 주요 특성:
- 고양된 개별자(예: 영웅적 인물, 시인, 순교자)를 통해 진리를 드러내려 함
- 전체 민족의 정신을 한 개인에게 투사하고, 상징적·시적 이상화를 통해 진리를 표현함
- 신화, 자연, 감정, 숭고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진리를 접하려 함
- 키르케고르의 비판:
- 낭만주의는 구체적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실천적 삶이 결여된 공상적 진리에 빠진다
- 진리를 ‘이상화된 개인’에게만 투사하고 일반 인간의 실존과 단절시킨다
- 결국 이는 삶 속에서 진리를 산출하지 못하는 정서적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낭만주의는 마치 Frithiof의 항해를 지켜보는 Ingeborg처럼, 실천이 아닌 ‘응시’에 머문다.⟫
🔹 2. 이성의 시대 (계몽주의, 헤겔주의 포함):
- 주요 특성:
- 객관적 진리, 보편성, 체계화에 대한 집착
- 모든 것을 범주화하고 ‘이해 가능성’과 ‘보편화’를 통해 진리를 획득하려 함
- 개별자보다는 전체의 관계 속에서 진리를 이해하려 함
- 예: ‘세계시민주의’, ‘역사의 보편적 이성’ 등
- 키르케고르의 비판:
- 이 시대는 개별 실존의 고통, 죄, 절망, 선택, 믿음 등 실존적 진리를 간과한다
- 진리를 사변적 체계 안에 가두며, 정작 진리를 살아가는 ‘단독자’는 실종된다
- 결국 진리는 죽은 개념, 인식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진리는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 키르케고르의 대안:
- 진리는 실존의 긴장 속에서 생성된다.
- 진리는 보편적 개념이나 상징적 이상화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 단독자의 결단, 고통, 믿음, 죄책감,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 속에서 실존적으로 생성된다.
- 그는 이를 위해 ‘현재의 순간(Øieblikket)’, ‘반복(Gjentagelse)’, ‘Tilværelse로서의 믿음’ 등의 개념을 제시
요약하면, 키르케고르는 낭만주의가 감정적 신비주의에 빠지고, 이성주의가 존재의 구체성 없이 체계에 빠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 두 시대를 모두 넘어서는 실존적 진리, 즉 “한 사람의 진리”를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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