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키르케고르의 ≪아이러니 개념(On the Concept of Irony)≫에 나오는 본문의 전문 번역입니다.
Part One, The View Made Possible
이 점은 또한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와 ≪파이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죽은 이후 영혼의 존재에 대한 신화적 제시는, 실제로 그것이 그런 것인지—아이아코스, 미노스, 라다만튀스가 과연 앉아서 심판하는지가—라는 역사적 반성이나, 그것이 진리인지를 묻는 철학적 반성과도 관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신화와 동등한 수준의 변증법을 ‘욕망’, ‘갈망’, 즉 ‘이데아를 향한 열망어린 시선’으로 규정할 수 있다면, 신화는 이데아의 ‘풍요로운 포옹’이다. 이데아는 내려와 개인 위에 자비로운 구름처럼 머문다. 단, 이 개인의 상태 속에 반성하는 의식의 희미한 징후, 멀리서 오는 암시, 은밀하고 거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라도 있다면, 그 순간마다 신화는 변형(metamorphosis)을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의식이 등장하는 순간, 이 신기루들은 더 이상 이데아가 아님이 드러난다. 이제 의식이 깨어난 이후, 상상력이 다시금 그 꿈들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신화는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즉, 은유(metaphor)로서 등장한다. 이때 일어난 변화는, 신화가 이제는 더 이상 이데아 자체가 아니라, 이데아의 반영(mirroring)으로서 의식 속에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구성적 대화편들 속 신화적 제시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잠정적으로 신화는 변증법 속으로 받아들여지며, 더 이상 그것과 충돌하지 않고, 더 이상 분파적으로 폐쇄되어 있지도 않다. 오히려 변증법과 교대한다(alternates with the dialectical). 이로써 변증법도, 신화도 더 높은 질서의 것으로 고양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가 일정 정도 전통적인 것을 지니는 것은 허용된다. 전통적인 것은 마치 자장가와도 같으며, 꿈의 일부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신화적인 순간은, 영(靈)이 방랑할 때—즉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누구도 알 수 없을 때—바로 그때이다.
해설, 신화에 대하여
키르케고르에게 신화(mythos)는 단지 무의식적 상상력의 산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는 신화를 단순한 환상이나 의식 이전의 단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실존적 사유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의식과 변증법에 의해 재구성되는 이데아의 은유적 반영으로 본다.
1. 무의식적 상상력(phantasia)으로서의 신화 – 신화의 초기 지위
키르케고르가 인용하는 플라톤의 ≪고르기아스≫나 ≪파이돈≫에서처럼, 초기 신화는 철학적 사유 이전의 인간 영혼이 진리에 다가가려는 열망(desire) 속에서 만들어낸 이데아의 이미지화된 서사다. 이때 신화는 아직 의식적 반성에 이르지 못한 단계에서 작동하며, 마치 자비로운 구름처럼 개인 위에 내려와 존재한다. 이 시기의 신화는 무의식적이면서도 실존적 긴장감을 내포한 ‘이데아의 포옹’이다.
“The mythical is the idea’s flourishing embrace.”
2. 의식의 출현 – 신화의 해체와 전환
그런데 의식(reflective consciousness)이 등장하면, 신화는 더 이상 진리 자체가 아니다. 이때 신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된다. 신화는 해체되지 않고 은유로 변형(metamorphosis)된다. 키르케고르는 이를 의식이 깨어나면서도 신화를 다시 찾게 되는 상상력의 회귀라고 말한다.
“Now that the consciousness has awakened… the mythical steps forth in a new form, that is, as metaphor.”
여기서 신화는 단순한 무의식적 상상이 아니라, 의식 속에서 반성된 이데아의 거울상(mirroring of the idea)이 된다.
3. 변증법과의 교차 – 신화의 철학적 승화
이제 신화는 변증법과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증법과 교차하고(alternates with the dialectical), 더 높은 질서로 함께 고양된다. 이는 키르케고르가 신화를 단순히 허구로 간주하지 않고, 실존적 진리 탐구의 구조적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준다. 신화는 진리의 형식적 사전 조건이자, 지속적 반성 속에서 형상화되는 은유적 언어다.
4. 정리: 신화는 실존적-시적 진리의 한 양식
요약하면, 신화는 단순한 무의식이나 원초적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키르케고르에게 신화는 다음의 구조를 가진다:
| 단계 | 신화의 의미 | 의식과의 관계 |
| 초기 | 무의식적 이데아의 열망적 이미지 | 반성 이전, 존재 위에 ‘구름’처럼 내려옴 |
| 전환기 | 신화의 붕괴 및 재구성 | 의식의 출현으로 은유화됨 |
| 후기 | 의식 속의 이데아 반영(은유) | 변증법과 교차하며 고양됨 |
따라서, 키르케고르에게 신화는 실존의 길 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 언어이다. 그것은 한때 진리였으나, 다시 진리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은유로 변형된 진리의 흔적이다. 결국 신화는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과 실존의 긴장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진리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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