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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일기 및 기록물 정리

잔다르크는 낭만적 영웅인가, 실존적 순교자인가?

by 엉클창 2025. 6. 2.

키르케고르가 잔다르크(Jeanne d’Arc)를 언급하면서 “그녀는 낭만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단순한 역사적 흥미에서가 아니라, 낭만성과 존재의 진실성 사이의 긴장을 철학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미적 범주로서의 “낭만적”이라는 말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와 반복이라는 실존적 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 기능합니다.

 


 

1. 잔다르크는 ‘낭만적 영웅’인가, 실존적 순교자인가?

 

키르케고르가 잔 다르크를 언급할 때(예: 『아이러니 개념에 대하여』 또는 『반복』에서의 맥락들), 그녀의 생애는 외형적으로는 비극적이고 영웅적인 이야기로 보입니다. 소녀가 신의 계시를 받고 전쟁을 이끄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종교재판에 의해 화형당하는 운명은 낭만주의 문학에서 즐겨 다루는 비극적 영웅의 전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여기에서 “그녀는 낭만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관점 자체가 이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를 묻습니다.

 


 

2. 낭만적 관조 vs. 실존적 고뇌

 

잔다르크의 삶을 “낭만적”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녀의 고통, 신앙, 선택은 실존적 결단이 아니라 관조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키르케고르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잔다르크는 실제의 삶 속에서, 신 앞에서 단독자로서 고뇌하며 싸운 존재입니다. 그녀를 낭만화하는 것은 그녀의 실존을 박제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아이러니입니다.

 

『반복』에서 회상과 반복의 차이를 설명할 때, 키르케고르는 회상은 예술적이고 낭만적이지만, 반복은 실존적이고 종교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이 틀로 보면, 잔다르크를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회상의 범주로 그녀를 가두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반복의 실존, 곧 고통 가운데서 진리를 선택한 자입니다.

 


 

3. “낭만적인가?“라는 질문은 곧 독자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질문

 

이 물음은 독자에게 던지는 아이러니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잔다르크를 낭만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고통과 결단을 ‘예술적’으로 소비하는 자들이며, 실제로는 신 앞에 선 실존자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심정적 무책임의 아이러니입니다.

 


 

4. 요약

 

  • 키르케고르의 “잔다르크는 낭만적인가?“라는 물음은 미적 감상의 유혹과 실존적 책임 사이의 긴장을 폭로한다.
  • 이 질문은 실존을 낭만화하는 현대인의 자기기만을 비판한다.
  • 궁극적으로, 이 물음은 독자에게 되묻는 실존적 도전이며, 아이러니의 절정에서 참된 반복으로 초대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