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넨베르크의 선취(prolepsis) 개념과 키르케고르의 사상은 모두 기독교 신앙과 진리 탐구에 중점을 두지만, 두 사상가의 접근 방식은 미래와 현재의 관계, 진리의 성격, 신앙의 본질 등에서 매우 다르다. 판넨베르크는 종말론적 역사와 공동체적 희망을 강조하는 반면, 키르케고르는 개인적 실존과 주관적 결단에 더 중점을 둔다.
### 1. 미래의 진리 vs 현재의 실존적 결단
- 판넨베르크: 그의 선취 개념은 미래에 도래할 하나님의 최종 구원과 종말적 사건이 이미 현재에 미리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미래에 있을 하나님의 구원이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같은 사건이 미래 구원의 선취적 표지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판넨베르크에게 신앙은 역사적 과정 속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그 미래의 구원은 현재의 삶과 공동체 속에서 부분적으로 경험된다는 점에서 공동체적 희망과 역사적 진리의 성격을 띤다.
- 키르케고르: 그는 진리를 현재의 실존적 결단에서 찾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진리가 미래에 도래하는 객관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보았다. 그의 철학은 진리가 주관적이고 실존적인 것으로, 개인이 자신의 내적 위기와 절망 속에서 신앙적 도약을 통해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키르케고르는 진리를 지금 이 순간에 마주한 개인의 실존적 결단에서 발견해야 하며, 이를 통해 구원과 진리를 경험한다고 본다.
### 2. 역사적 구원 vs 주관적 구원
- 판넨베르크: 그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역사의 종말적 사건으로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며, 그 과정은 공동체적이고 우주적이다. 즉, 개인의 구원이 아니라, 모든 인류와 피조물이 구원을 받는 하나님의 종말적 계획이 현재에 선취된다는 것이다. 역사는 종말을 향한 긴 여정이며, 그 종말의 미래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판넨베르크는 역사적 구원을 중시한다.
- 키르케고르: 그의 구원론은 철저히 개인적이고 실존적이다. 그는 역사적 과정에서 구원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보다는, 개인이 자신의 실존적 상황 속에서 구원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강조했다. 키르케고르에게 구원은 개인과 하나님 사이의 직접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개인이 자신의 절망 속에서 신앙적 도약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구원은 내적인 실존적 체험이며, 이는 공동체적이기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결정된다.
### 3. 종말론적 희망 vs 실존적 절망
- 판넨베르크: 그는 종말론적 희망을 강조한다. 그의 신학에서는 미래에 도래할 하나님의 완전한 구원이 이미 선취되어 있고, 그 구원에 대한 희망이 현재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 희망은 공동체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며, 역사가 그 종말로 완성될 때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된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따라서 판넨베르크의 신앙은 미래 지향적이고, 현재는 그 미래의 약속을 희망하며 실천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 키르케고르: 그는 실존적 절망을 구원의 출발점으로 본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와 무력함을 깨닫고 절망 속에서 신앙을 선택할 때 비로소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 키르케고르는 진리와 구원이 절망 속에서 현재적이고 실존적으로 경험되는 것으로 보았으며, 이는 개인이 신앙적 도약을 통해 절망을 극복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는 절망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실존의 본질로 보며, 그 절망 속에서 현재적 결단을 요구하는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4. 객관적 역사 vs 주관적 신앙
- 판넨베르크: 그의 신학은 객관적인 역사적 사건을 강조한다. 판넨베르크는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며, 이 사건이 미래 구원의 선취적 실현으로 이해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은 개인의 신앙을 초월해 전체 역사를 구원으로 이끄는 과정의 일환이며, 따라서 신앙은 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발전한다. 그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미래의 진리가 현재에 드러난다고 본다.
- 키르케고르: 그는 역사적 사건보다 주관적 신앙 체험을 더 중시한다. 키르케고르에게 진리는 객관적인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결단하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사실이나 이성적 논증이 신앙의 본질이 아니며, 진정한 신앙은 객관적 지식을 넘어선 주관적 결단과 신앙적 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신앙 개념은 역사적 사건의 객관적 증거보다는 내면의 체험과 결단에 의존한다.
### 요약
판넨베르크와 키르케고르의 사상은 종말론, 진리, 신앙의 본질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 판넨베르크는 미래의 종말적 진리가 현재에 선취된다고 주장하며, 역사의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이 점진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강한니다. 그의 신학은 공동체적 희망, 역사적 사건에 중점을 두며, 미래의 구원이 현재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 키르케고르는 현재의 실존적 순간에서 진리와 구원이 발견된다고 보았으며, 개인의 주관적 결단과 실존적 절망을 강조한다. 그는 신앙을 개인의 내면적 도약으로 보았으며, 진리는 주관적 경험과 선택 속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미래의 종말적 사건보다는 현재의 실존적 결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판넨베르크는 미래의 선취된 진리를 강조하며, 역사적 과정에서 구원을 보지만, 키르케고르는 현재의 실존적 결단과 주관적 진리를 강조하며, 개인의 신앙 체험을 통해 구원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