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의 종말론적 사유와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의 종말론은 모두 기독교 종말론적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둘은 철학적, 신학적 배경과 초점에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키르케고르는 실존주의적이고 개인적 신앙 결단에 중점을 둔 반면, 몰트만은 역사적·공동체적 차원에서 종말론을 강조하며, 특히 희망의 신학이라는 맥락에서 종말론을 발전시켰다.
아래에서 두 사상의 차이점을 몇 가지 핵심 측면에서 설명하겠다.
### 1. 개인적 vs 공동체적 종말론
- 키르케고르는 종말론을 개인의 실존적 결단과 깊이 연결시킨다. 그에게 종말은 역사적 사건보다 개인적인 실존의 순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개인이 자신의 실존적 위기 속에서 진리와 마주하고, 신앙적 결단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핵심다. 종말은 외부에서 다가오는 객관적 사건이라기보다는, 각 개인이 자신의 삶 속에서 실존적 결단을 내리는 순간에 다가오는 것이다. 이는 종말론적 순간을 철저히 개인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으며,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과 결단을 중시하는 실존주의적 접근이다.
- 몰트만은 종말을 보다 공동체적이고 역사적 사건으로 본다. 그의 희망의 신학은 단순히 개인의 구원이나 실존적 결단을 넘어, 역사와 세계 전체의 구원을 중심으로 한다. 몰트만에게 종말은 모든 피조물이 고통과 불의에서 해방되는 우주적 사건이다. 이는 기독교 공동체, 인류, 자연과 역사 전체가 새로운 창조 속에서 완성되는 사건으로 이해된다. 몰트만은 종말을 하나님의 약속으로 보고, 역사의 끝에서 인류와 세상이 함께 구원되는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본다. 즉, 종말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세계의 변혁과 재창조에 대한 공동체적 희망을 반영한다.
### 2. 현재의 순간 vs 미래 지향적 희망
- 키르케고르는 종말론을 주로 현재의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인간이 매 순간을 종말적 결단의 순간으로 이해하며, 현재에서 실존적 결단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본다. 그에게 신앙은 미래의 약속이나 기대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진리와 맞서 싸우고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키르케고르의 종말론적 순간은 인간이 자신의 실존적 위기 속에서 신앙을 선택하는 그 순간을 의미하며, 이는 매우 주관적이고 즉각적인 경험으로 묘사된다.
- 몰트만은 종말을 미래 지향적인 희망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몰트만의 종말론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약속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현재의 고통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실천적 동기를 제공한다. 몰트만에게 종말은 미래에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의 완성이며, 그 희망 속에서 현재의 세상과 역사가 변혁되고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미래의 종말론적 희망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불의에 대한 저항과 변혁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즉, 몰트만은 미래의 종말이 현재의 삶과 사회적 실천을 이끄는 힘이라고 본다.
### 3. 비관적 실존 vs 낙관적 희망
- 키르케고르는 실존적 절망을 종말론적 순간으로 본다. 그에게 있어 인간의 실존은 절망과 한계를 통해 신앙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절망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절망을 통해 개인은 신앙적 결단을 내려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키르케고르의 종말론은 실존의 한계와 절망에서 비롯된 개인적 위기를 강조한다. 이 위기는 신앙으로의 도약을 필요로 하며, 개인이 스스로의 무력함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진리를 찾는다.
- 몰트만은 희망을 중심으로 종말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절망보다는 미래의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낙관적 희망을 강조하며, 이것이 현재의 고난을 극복하는 근원이 된다고 보았다. 몰트만은 종말을 단순히 역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았다. 그에게 종말은 하나님이 약속한 새로운 창조의 도래이며, 이 약속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이다. 몰트만의 종말론은 역사와 사회의 변혁을 촉진하는 긍정적 비전과 연결되며, 종말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희망과 실천을 통해 드러난다.
### 4. 초월적 vs 내재적 구원
- 키르케고르의 종말론은 초월적 성격을 지닌다. 그는 개인이 자신의 실존적 한계 속에서 신앙적 도약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로 나아가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종말론적 구원은 인간의 이성이나 역사적 과정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만남은 신앙을 통해 개인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며, 역사의 구원보다는 개인적 구원에 초점을 맞춘다.
- 몰트만은 내재적 구원을 강조하며, 종말론을 역사적 과정과 깊이 연관시킨다. 몰트만에게 구원은 개인의 영혼만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세상 전체가 구원받는 과정이다. 그는 종말론을 단순히 영적 구원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활동하여 세상을 새롭게 하고, 불의와 고통을 끝내는 사건으로 이해한다. 종말론적 구원은 이 세상의 고통과 불의가 하나님에 의해 완전히 변혁되는 미래를 의미하며, 이는 지금 여기서도 현실화될 수 있는 희망의 동력이다.
### 요약
키르케고르의 종말론은 개인의 실존적 결단과 신앙적 도약을 강조하며, 현재 순간에 이루어지는 주관적 진리에 초점을 맞춘다. 종말은 개인이 직면한 절망의 순간에서 신앙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경험된다.
반면, 몰트만의 종말론은 미래에 도래할 하나님 나라에 대한 공동체적 희망을 강조하며, 역사적 변혁과 세계의 구원을 중점으로 한다. 몰트만은 종말을 개인의 실존적 결단을 넘어서서, 역사의 변혁과 세계 전체의 구원으로 보며, 이 과정에서 희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두 사상은 모두 종말론을 다루지만, 개인 vs 공동체, 현재의 절망 vs 미래의 희망, 초월적 구원 vs 내재적 구원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