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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

판넨베르크와 헤겔

엉클창 2024. 9. 5. 10:17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의 신학은 독창적이지만, 그 철학적 토대에는 헤겔(G.W.F. Hegel)의 영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판넨베르크는 헤겔의 역사 철학과 진리 개념을 신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재해석하면서, 그의 종말론적 신학을 형성했다. 그러나 동시에 판넨베르크는 헤겔과의 차이점도 명확하게 드러내며, 헤겔의 사상을 신학적으로 비판하고 수정하기도 했다.

### 1. 역사와 진리의 발전
- 헤겔: 헤겔은 진리를 역사적 과정 속에서 완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절대정신(Absolute Geist)이 역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그 과정 속에서 진리가 점차적으로 실현된다고 보았다. 헤겔의 철학에서 역사는 절대정신의 자기 실현의 장이며, 시간의 흐름과 역사적 사건들이 점진적으로 절대적 진리로 수렴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발전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 판넨베르크: 판넨베르크는 헤겔의 이러한 역사적 진리관을 수용하면서도 신학적 관점에서 수정한다. 그에게 있어서도 진리는 역사 속에서 드러나고 완성된다. 그러나 판넨베르크는 이 진리가 헤겔처럼 단순히 인간의 이성적 발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판넨베르크는 역사를 통한 진리의 발전을 수용하지만, 이를 하나님의 계시와 종말론적 완성에 근거한 것으로 본다. 그는 역사가 단순한 이성적 진보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서 미래의 종말적 사건이 현재에 선취되어 드러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 2. 종말론과 완성
- 헤겔: 헤겔의 철학에서 종말은 역사적 발전의 끝에서 절대정신이 완전히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는 역사가 그 자체로 진리의 전개 과정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절대정신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인식하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헤겔에게 종말은 역사가 끝나는 시점이자, 절대적 진리가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과정은 논리적으로 필연적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성적 발전과 일치한다.

- 판넨베르크: 판넨베르크는 종말론을 신학의 중심에 두며, 헤겔처럼 종말에서 진리가 완성된다고 보았지만, 종말론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판넨베르크에게 종말은 단순한 이성의 발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말적 구원이 드러나는 사건이다. 그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활동하시며, 그 과정의 최종적 완성은 미래의 종말적 사건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진리는 이 종말적 완성을 통해 완전히 드러나며, 그 이전에는 역사 속에서 부분적으로 선취된다. 따라서 판넨베르크는 헤겔의 종말론적 역사관을 수용하면서도, 그 초점을 신학적 종말론으로 전환하여 하나님의 계시와 구원의 측면에서 이해한다.

### 3. 이성과 계시
- 헤겔: 헤겔에게 진리는 궁극적으로 이성의 발전과 일치한다. 그는 인간의 이성을 통해 절대정신이 역사 속에서 실현되고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헤겔의 철학에서는 이성이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며, 진리의 전개 과정은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는 이성과 역사가 함께 진리로 나아가고, 이를 통해 절대적 진리가 이해된다고 보았다.

- 판넨베르크: 판넨베르크는 헤겔과 달리 진리가 이성만으로 파악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리를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 보며, 이 계시가 역사적 사건 속에서 구체화된다고 보았다. 특히, 판넨베르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 속에서 진리의 선취적 사건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하며,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드러난다고 믿었다. 그는 이성만으로 진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종말에서 완전히 실현될 진리가 현재의 역사 속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판넨베르크는 헤겔의 이성 중심적 역사관을 거부하고, 대신 계시와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를 강조한다.

### 4. 개인과 공동체
- 헤겔: 헤겔에게 개인은 절대정신의 역사적 발전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개인은 전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절대정신의 실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며, 개별 인간은 이 거대한 역사적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 존재로 이해된다. 즉, 개인의 중요성보다는 역사적 과정의 일원으로서 개인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 판넨베르크: 판넨베르크는 개인과 공동체 모두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개인이 단순히 역사적 과정의 도구로 이해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공동체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구원도 포함한다고 보았다. 개인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각 개인의 신앙과 경험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판넨베르크는 이 구원이 개별적 개인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이고 우주적인 구원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 5. 역사와 종교
- 헤겔: 헤겔에게 종교는 절대정신이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 중 하나이다. 그는 종교를 절대정신의 자기 표현의 한 형태로 보았으며,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절대정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종교로 이해했다. 그러나 종교적 신앙은 이성적 이해에 의해 보완되고, 최종적으로는 철학적 사유 속에서 완전히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종교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종적으로 철학적 진리가 종교를 넘어서 완성된다고 보았다.

- 판넨베르크: 판넨베르크는 기독교 신앙이 단순히 절대정신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체적인 계시를 통해 드러난 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역사적 사건 속에서 진리를 드러내며,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선취된다고 강조했다. 판넨베르크는 종교적 신앙이 단순히 철학적 사고의 초기 단계가 아니라, 계시와 역사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진리라고 보았다.

### 요약
판넨베르크와 헤겔은 모두 역사 속에서 진리가 드러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았지만, 그들의 접근 방식은 크게 다르다:

1. 역사적 진리: 헤겔은 역사를 통해 절대정신이 실현된다고 본 반면,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역사 속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2. 종말론: 헤겔은 역사의 끝에서 절대정신의 완전한 실현을 보았고, 판넨베르크는 종말적 사건에서 하나님의 진리가 완전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3. 이성과 계시: 헤겔은 이성을 통해 진리가 파악된다고 했지만,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진리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4. 개인과 공동체: 헤겔은 개인을 역사적 과정의 일부로 보았으나, 판넨베르크는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결국, 판넨베르크는 헤겔의 역사 철학과 진리 개념을 신학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신학적 종말론과 하나님의 계시로 재해석하여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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