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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철학의 부스러기 영역본 62쪽 해설, 믿음은 의지의 행위인가?

by 엉클창 2025. 6. 18.

믿음은 의지의 행위인가?


 

1.  현대 자유주의 신학의 전제: 신앙은 의지의 행위다

 

현대 자유주의 신학(특히 19–20세기 Schleiermacher 이후)은 종종 다음과 같은 전제를 내포합니다:

  • 인간은 자신의 내면적 종교의식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
  • 신앙은 인간의 결단, 의지, 자기성찰을 통해 형성된다.
  • 이성적 성찰과 도덕적 의지는 신앙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 이는 결국 소크라테스적 모델, 즉 “나는 이미 진리를 파악할 수 있는 조건을 내 안에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여 참된 지식에 이를 수 있다”는 전제에 뿌리를 둡니다.

 


 

2.  키르케고르의 비판: 믿음은 의지로 생성되지 않는다

 

『철학의 부스러기』에서 키르케고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믿음은 의지의 행위가 아니다.”
  • “모든 인간적 의지는 ‘조건’ 안에서만 능력이 있으며, 조건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참 신(Guden)이 외부로부터 조건을 ‘주어야만’, 인간은 비로소 그 안에서 신앙으로 응답할 수 있다.

→ 이는 자기 안에 신앙의 가능성이 이미 내재해 있다고 보는 자유주의 신학의 낙관주의를 전면 거부합니다.
→ 믿음은 자각도, 결단도 아닌 “받는 것”이며, 이는 역설(paradox) 속에서만 가능하다:

 “영원한 것이 시간 안에 들어오는 순간”, “하나님이 사람이 되는 순간”.

 


 

3.  실존주의적 ‘결단’ 신학과의 차이

20세기 실존신학, 예를 들어 바르트 이후의 일부 경향이나 틸리히의 신적 상징론, 심지어 루돌프 불트만의 탈신화화도 종종 인간의 실존적 결단을 강조합니다:

  • “믿음은 실존적 결단이다.”
  • “복음은 지금-여기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그러나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결단 자체도 조건이 주어진 이후에만 가능합니다. 조건 없이 결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단을 강조하는 신학은 다시금 소크라테스적 전제로 되돌아가는 오류를 범합니다.

 


 

4. 신앙은 ‘받음’이다: 믿음의 수동성

 

“Troen er ikke en Villies-Akt” – 믿음은 능동적 의지가 아니라, 참 신이 조건을 주실 때에만 생기는 응답이다. 이 조건은 바로 역설(paradox): 영원한 자가 시간 속에 들어오고, 신이 사람이 되며, 진리가 구체적인 한 인물 속에 현현한다는 사실.

 


 

결론

 

따라서 키르케고르의 이 주장은,

  • 자유주의 신학의 내재주의(자기 안에서 신을 찾는),
  • 실존적 결단을 신앙의 본질로 삼는 실존신학 모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며,
  • 오직 역설에 대한 수동적 수용,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의 선물, 그 안에서만 참된 신앙이 생긴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