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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존재론적 결핍에 대하여

엉클창 2024. 10. 16. 21:39

존재론적 결핍을 강조한 사상가는 여러 명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 폴 사르트르마르틴 하이데거가 이에 대해 깊이 탐구했습니다.

1. 장 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사르트르는 인간의 존재를 결핍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그는 인간이 ’무(無)’의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결핍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스스로의 본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항상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결핍을 느끼며, 끊임없이 자신의 본질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인간은 본질이 규정되지 않은 채 세상에 던져진 자유로운 존재이며, 자신을 ‘완전하게’ 하는 고정된 본질이 없는 만큼, 항상 ‘결핍’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2.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로 “부재”와 “결핍”을 언급합니다. 그는 우리가 시간 속에서 존재하며, 죽음에 의해 규정되는 유한한 존재라는 점에서 결핍을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직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존재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음”의 가능성을 깨닫고 불안과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로서 ‘존재의 불안’을 겪으며, 항상 결핍된 상태에서 더 나은 존재를 향해 나아가려는 갈망을 느낀다고 설명됩니다.

이 두 사상가는 인간 존재가 결핍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철학적으로 강조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존재론적 결핍을 악으로 해석한 철학자는 플로티노스입니다. 플로티노스는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로, 그의 사상에서 존재론적 결핍을 악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일자(The One), 즉 완전하고 충만한 근원에서 나온다고 보았으며, 그로부터 멀어질수록 존재가 결핍되어 악에 가까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로티노스에 따르면, 일자는 순수한 선이며 충만한 존재의 상태입니다. 그 일자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에서 존재의 결핍이 생기고, 이러한 결핍이 악을 낳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악은 자율적인 실체가 아니라, 일자로부터 떨어진 존재들이 본래의 충만함을 잃은 상태, 즉 결핍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악이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 상태로 이해하는 존재론적 입장입니다.

플로티노스의 사상은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기독교 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그들은 악을 선의 결핍으로 보는 관점을 수용하여 악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현대 사상가 중에서 존재론적 결핍과 악의 개념을 탐구한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자크 라캉이 있습니다. 이들은 플로티노스와 같은 전통적인 신플라톤주의자들과는 다르게 접근하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결핍과 악의 관계를 분석합니다.

1. 에마뉘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레비나스는 존재론적 결핍을 ‘타자와의 관계’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악을 타자에 대한 무관심이나 타자를 억압하려는 시도에서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레비나스의 윤리적 철학에서는 악이 존재론적 결핍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에서 윤리적으로 실패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결핍은 타자의 요청에 대한 응답의 부재, 즉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2. 자크 라캉 (Jacques Lacan):

라캉은 결핍을 인간의 욕망의 핵심으로 봤으며, 이는 우리가 무언가를 추구하는 이유가 결핍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특히 악을 욕망과 결핍의 문제로 분석하며, 인간이 스스로의 결핍을 충족하려는 과정에서 타자를 억압하거나 무시할 때 악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라캉에게 결핍은 필연적으로 인간이 경험하는 구조적 상태이며, 이는 선과 악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3.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 (Félix Guattari):

들뢰즈와 가타리는 결핍에 기반한 전통적 존재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핍이 아닌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힘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들은 주로 결핍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거부하고, 결핍이 아닌 욕망의 긍정적인 측면을 탐구함으로써 악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이 사상가들은 결핍을 인간 경험의 본질적 부분으로 다루었으며, 악의 문제와 결부시켜 결핍이 어떻게 인간의 존재와 윤리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